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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별 차등’ 도입 무산.."폐업 위험 더 커"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해 업종별 차등 적용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6차 전원회의에서 노사 간 첨예한 대립 끝에 표결을 통해 업종별 차등 적용 부결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2025년 최저임금은 업종 구분 없이 단일 기준으로 적용될 전망이다.

 

회의에서 노동계는 올해 최저임금 1만30원에서 14.7% 인상된 1만1500원을 최초요구안으로 제시한 반면, 경영계는 동결을 요구하며 강하게 맞섰다. 양측의 입장 차는 여전히 컸고,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가 쟁점으로 부각됐다.

 

사용자위원 측은 업종별 임금 격차와 경영 여건의 차이를 근거로 차등 적용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류기정 전무는 “기업별 지불 여력과 노동생산성을 반영할 때 숙박음식업은 1인당 부가가치가 약 2800만 원인데, 금융보험업은 1억8000만 원으로 6~7배 차이가 난다”며 “최저임금이 중위임금 대비 63.4%로 이미 적정 상한인 60%를 초과했으며, 특히 숙박음식업은 비율이 70~80%에 달해 감당이 어렵다는 호소가 크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이명로 본부장은 해외 사례를 들며 한국도 업종별 차등 적용을 도입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스위스, 캐나다, 일본 등은 업종이나 지역에 따라 최저임금을 구분해 적용한다”며 “노동계가 우려하는 ‘낙인 효과’는 기우에 불과하다. 현실적으로는 취약 업종 사용자들이 낙인 효과보다 폐업 위험을 더 크게 걱정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노동계는 업종별 차등 적용을 또 다른 차별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노총 류기섭 사무총장은 “업종별 차등이 결국 지역, 연령, 성별, 이주노동자 등으로 확산되는 차별의 연쇄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이 소상공인 폐업에 미친 영향에 대해 전 세계 어디에서도 명확한 상관관계가 밝혀진 바 없다”며 “지불 여력 부족 주장은 임금 지급 체계의 문제일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이미선 부위원장도 “업종별 차등은 임금 격차가 아니라 ‘어떤 노동은 더 천하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최저임금 하향 차등 적용은 노동자와 자영업자 모두의 몰락으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이 부위원장은 “정부가 자영업자 생존을 말뿐 아니라 공적 지원과 비용 보전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모두발언 이후 비공개 회의에서 표결에 들어갔고, 결과는 찬성 11표, 반대 15표, 무효 1표로 업종별 차등 적용은 부결됐다. 표결에는 공익위원 9명,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이 참여했다. 사용자위원들은 회의 전 음식점업만이라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부결 직후 사용자위원 측은 “법률에 명시된 사업 종류별 구분 적용이 현실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정부와 최저임금위원회가 통계 인프라 등 제도적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며 아쉬움을 표명했다.

 

한편,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도 함께 제시됐다. 노동계는 올해 1만30원에서 14.7% 오른 1만1500원을 요구했으며, 경영계는 동결을 고수했다. 노동계는 이미 지난 11일 이 요구안을 공개한 바 있고, 경영계는 이를 ‘과도하고 터무니없다’고 비판했다.

 

향후 노사는 이번 최초 요구안을 토대로 간극을 좁히는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제7차 전원회의는 오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다.

 

이번 결정은 최저임금 산정 과정에서 노사 간 격차와 갈등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로, 업종별 차등 적용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뜨거운 사회적 이슈임을 드러냈다. 동시에 최저임금 인상과 소상공인 지원 사이의 균형점을 찾기 위한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함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