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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정상들도 놀랄 'K-고고학'의 위엄…1500년 전 기술 완벽 재현

 1500년 전 신라의 공주는 어떤 무덤에 잠들었을까? 베일에 싸여 있던 고대 신라의 장례 문화와 축조 기술의 비밀이 드디어 우리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진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산하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경주 유치를 기원하는 의미를 더해, 신라 왕족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쪽샘 44호분'의 축조 과정을 재현하는 특별한 실험 현장을 일반에 전격 공개한다고 밝혔다. 오는 10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단 3일간 경주 쪽샘유적박물관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는 책이나 박물관 유리창 너머로만 보던 고대 무덤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직접 목격할 수 있는 전무후무한 기회가 될 것이다. 이번 공개 실험은 단순한 유물 전시를 넘어, 잠들어 있던 역사를 깨우고 고대인들의 지혜와 기술력을 생생하게 체험하는 역사 교육의 장이 될 전망이다.

 

이번 축조 실험의 주인공인 쪽샘 44호분은 신라 고분 중에서도 매우 특별한 위상을 차지한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이어진 장기간의 정밀 발굴조사 결과, 무덤의 주인은 어린 왕족 여성, 즉 '공주'로 추정되며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특히 무덤 내부에서는 비단벌레 수천 마리의 날개를 겹쳐 만든 영롱한 빛깔의 말다래(말을 탈 때 안장 양쪽에 늘어뜨리는 판)를 비롯해 금동관, 장신구 등 무려 800여 점에 달하는 화려한 유물이 쏟아져 나와 당시 신라 최상류층의 생활상과 예술 수준을 가늠케 했다.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는 10년에 걸친 발굴조사와 학제 간 융합 연구를 통해 무덤을 쌓아 올리는 전 과정과 핵심 기술을 완벽하게 규명해냈으며, 지난해부터는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고대의 방식을 그대로 복원하는 대규모 축조 실험을 진행해왔다.

 


관람객들은 이번 설명회를 통해 고대 신라인들의 놀라운 건축 기술을 바로 눈앞에서 목격하게 된다. 현재 실험은 거대한 목조 구조물을 세우고, 그 안에 무덤 주인공의 시신과 부장품을 안치하는 2중 구조의 덧널 일부를 제작한 뒤, 그 주변으로 강돌과 깬돌을 번갈아 쌓아 올리는 공정이 한창 진행 중이다. 이는 무덤을 만드는 전체 21단계 공정 중 8단계에 해당하는 핵심적인 부분으로, 거대한 봉분이 어떤 원리와 기술로 만들어지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관람객들은 단순히 보기만 하는 것을 넘어, 무덤 축조에 실제로 사용되었던 고대의 도구들에 대한 설명을 듣고, 흙과 돌을 다루는 신라인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관람을 넘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1500년 전 신라의 거대한 건설 현장에 서 있는 듯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이번 행사는 남녀노소 누구나 역사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문턱을 대폭 낮췄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행사 기간인 사흘 동안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별도의 사전 신청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현장을 방문하여 참여할 수 있다. 특히 발굴조사를 직접 담당했던 학예연구사와 연구원들이 30분 간격으로 직접 마이크를 잡고 생생한 현장 해설을 들려줄 예정이어서, 책에서는 볼 수 없었던 흥미진진한 뒷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또한 APEC 정상회의를 맞아 방문할 외국인들을 위해 영어, 일본어, 중국어 통역 서비스까지 완벽하게 준비했다. 깊어가는 가을, 천년 고도 경주에서 펼쳐지는 이번 특별한 시간 여행에 동참하여 우리 문화유산의 위대함과 고고학의 즐거움을 동시에 만끽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