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이라크, 원유 싣고 트럭으로 ‘우회전’

 이라크가 원유를 트럭에 실어 시리아를 거쳐 수출하는 방안을 이르면 이달 중순부터 시작할 전망이다. 중동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려는 움직임으로, 지역 정세 불안 속에 이라크가 수출 경로 다변화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7일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유세프 키블라위 시리아석유공사 최고경영자(CEO)는 인터뷰에서 이라크 정부가 기존 연료유 수송에 더해 원유 수출도 시리아를 통해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키블라위 CEO는 “양국 정부 간 합의가 거의 마무리됐다”며 “이라크 원유의 트럭 수출이 가능한 한 빨리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0월 중순까지는 원유를 실은 첫 트럭 행렬이 시리아에 도착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라크는 현재 하루 약 1000대의 트럭을 이용해 연료유를 시리아 지중해 항구인 바니야스로 운송하고 있다. 이후 바니야스항에서 유조선에 선적해 해외로 수출하는 방식이다. 트럭 한 대당 운반량은 약 220배럴 수준으로 알려졌다.

 

시리아 측은 원유 수송이 시작되면 관련 트럭도 하루 1000대 이상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키블라위 CEO는 바니야스항에 이라크 원유 전용 저장탱크를 마련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트럭을 이용한 수출 물량은 이라크 전체 원유 수출량과 비교하면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이라크의 지난달 하루 평균 원유 수출량이 약 270만 배럴에 달했다며, 트럭 수송분은 전체 수출에서 작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조치는 이라크가 원유 수출로를 다변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라크는 최근 중동 정세 불안과 해상 수송 리스크 속에서 기존 수출 경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걸프 지역 산유국들의 주요 원유 수송로인 만큼,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에너지 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꼽혀왔다.

 

이라크는 시리아뿐 아니라 요르단을 경유하는 트럭 수송도 활용하고 있다. 또 튀르키예와는 북부 송유관을 통해 지중해 제이한항으로 하루 최소 75만 배럴을 운송하는 방안에 합의한 상태다.

장기적으로는 이라크 북부 키르쿠크와 시리아 바니야스를 잇는 송유관 복구도 추진된다. 양국은 지난여름 2003년 이후 사실상 가동이 멈춘 약 800㎞ 길이의 키르쿠크-바니야스 송유관 재가동 방안을 논의했다. 관련 공사는 내년 1분기 시작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라크와 시리아의 에너지 협력 확대는 양국 모두에 실익이 있는 조치로 평가된다. 이라크는 수출 경로를 늘려 해상 수송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시리아는 지중해 항만과 에너지 인프라를 활용해 경제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트럭 수송은 송유관이나 대형 유조선에 비해 운송 효율이 낮고 비용 부담도 크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보조 수출로 역할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라크의 우회 수출 시도는 국제 에너지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