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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속도전 돌입.."산불 복구·관세 대응"

 정부가 최근 처리된 2025년도 추가경정예산(추경) 13조8000억원 가운데 12조원을 오는 7월 말까지 집중적으로 집행하기로 했다. 이번 추경은 산불 피해 복구부터 인공지능(AI) 산업 기반 강화, 소상공인 민생 지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긴급한 재정 지원이 필요한 현안에 대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집행 속도를 중시해, 가용 예산의 70% 이상을 불과 3개월 안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김범석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추경 집행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추경은 지난 4월 21일 국회에 제출된 후 11일 만인 5월 1일 본회의를 통과했으며, 이는 최근 20년간 가장 빠른 추경 통과 사례로 기록됐다. 김 직무대행은 “대외적으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복귀 가능성과 인도-파키스탄 간 군사적 긴장, 내부적으로는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두고 경제부총리까지 사퇴한 상황”이라며, 그 어느 때보다 경제 리더십의 공백이 우려되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추경에서 예비비 1조4000억원, 지방채 인수 2000억원, 국고채 이자 상환 2000억원 등 특정 용도를 제외한 12조원을 실제 집행 대상 예산으로 설정하고, 이 가운데 8조4000억원을 3개월 내에 쓰기로 했다. 집행의 신속성과 효율성이 동시에 요구되는 상황이다.

 

우선 정부는 최근 잇따른 산불로 피해를 입은 지역과 주민을 위한 복구 작업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중대본이 확정한 피해복구계획에 따라 재난지원금과 폐기물 처리 비용 등 5600억원은 5월 중 전액 교부되며, 주택 복구 자금으로는 244억원을 융자해 400호에 지급할 계획이다. 아울러 산림헬기 6대를 신규 도입하기 위한 계약 절차도 8월 내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 대응 외에도 정부는 디지털 전환의 핵심인 인공지능 산업을 적극 육성하기 위한 투자도 본격화한다. 총 4조3000억원이 AI 관련 산업에 배정됐고, 이 중 1조7000억원은 ‘AI 컴퓨팅 자원 활용 기반 강화’ 사업에 투입된다. 해당 사업은 5월부터 사업자 공모를 시작해 7월까지 ‘월드 베스트 LLM 프로젝트’의 수행팀을 최종 선정하게 된다. AI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이 같은 조치는 세계적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이 뒤처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민생 회복과 내수 진작을 위한 재정 지원도 추경의 또 다른 축이다. 특히 소상공인 300만명을 대상으로 최대 50만원을 지원하는 ‘부담경감 크레딧’ 사업이 포함돼 있다. 전기, 수도, 가스 요금이나 보험료 납부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이 지원금은 7월부터 지급이 시작되어 연말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상생페이백’ 사업(1조4000억원)과 지역사랑상품권 할인 보조금(4000억원) 등 지역 상권 회복을 위한 직접적 지원도 빠르게 이뤄질 예정이다.

 

수출 활성화를 위한 조치도 병행된다. 수출 중소기업들을 위해 1786억원 규모의 수출바우처를 6월부터 지급하며, 5월 중에는 ‘관세 대응 저리지원 특별 프로그램’을 도입해 최대 4조원의 자금을 연내 공급할 방침이다. 이 밖에 철도·도로 유지보수 등 건설 경기 보강을 위한 민생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도 포함됐다. 총 3000억원이 배정된 이 사업은 7월까지 70% 이상 집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도체 특화단지 전력 공급 인프라 구축을 위한 626억원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투입된다.

 

정부는 이번 추경이 단기 경기 부양뿐만 아니라 중장기적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기획재정부 제2차관 주재로 정기적인 재정집행 점검회의를 열어 현장의 집행 실적을 밀착 관리하고, 절차 간소화와 사업 조정을 통해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김 직무대행은 “향후 3개월을 집중관리 기간으로 설정하고 경제정책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겠다”며 “경제팀 전체가 한 몸처럼 움직여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성과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선거와 고위 경제관료 공백 등 불안 요소가 겹친 상황에서 정부는 경제 컨트롤타워 기능을 재정 중심으로 복원하고자 전력을 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