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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방에 숨겨진 비밀은?

 국립현대미술관(MMCA) 과천에서 한국 근현대미술 100년사를 아우르는 상설전 '한국근현대미술 I & II'가 드디어 완전한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달 1일 '한국근현대미술 I'(1900~1950년대)이 먼저 공개된 데 이어, 25일 '한국근현대미술 II'(1950~1990년대)까지 베일을 벗으며 MMCA 소장품을 통해 20세기 한국 미술의 흐름을 조명한다. 과연 미술관은 이 방대한 시간을 어떤 시선으로 재구성했을까.

 

이번 상설전의 가장 주목할 만한 시도는 단연 '작가의 방'이다. 오지호, 박래현, 김기창, 이중섭, 김환기, 윤형근 등 한국 미술사의 중요한 거장 6인의 작품을 최소 5점 이상 집중 전시하고, 관련 자료와 휴식 공간까지 마련해 관람객이 작가의 세계에 깊이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기존의 연대기적 나열을 넘어 작가 개개인의 예술적 궤적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려는 미술관의 의지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매년 작가의 방을 교체하겠다는 계획은 향후 이 상설전이 끊임없이 진화할 것임을 예고한다. 다만, 백남준, 이우환 등 국제적 명성의 작가들이 첫 '작가의 방' 목록에서 제외된 점은 소장품 위주의 전시 구성이라는 현실적 제약 때문이라지만, 아쉬움을 남긴다.

 

또한, 전시는 기존 미술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작품들을 적극적으로 발굴, 소개하며 시야를 넓힌다. 근대 초상화, 조선 명승 유적을 담은 풍경화, 1980년대 한국화, 모더니스트 여성 미술 등 평소 보기 어려웠던 소장품들이 대거 등장한다. 이현주 학예연구사는 "주요 사조나 양식사에서 배제되거나 주목하지 못한 부분을 '주제'로 들여다보고자 기획했다"고 밝혀, 단선적인 미술사 서술을 넘어선 다층적인 접근을 시도했음을 알 수 있다. 이불의 신작 소장품 '스턴바우 No.23'의 첫 공개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의미를 더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시의 구성 방식은 여전히 논쟁의 여지를 남긴다. 작품들이 시간 순서로 배치되었지만, 각 섹션의 주제 선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떤 시기는 추상/구상과 같은 '주제'에 초점을 맞추고, 다른 시기에는 한국화/유화 등 '매체'에 중점을 두는 등 일관된 서술 방식이 부재하다. 이는 20세기 한국 미술사를 명확한 가치 기준으로 재구성했다기보다는, 미술관의 방대한 소장품을 시대순으로 펼쳐 보인다는 인상을 강하게 준다. 따라서 관람객은 미술사적 통찰보다는 미술관이 소장한 작품들을 '탐색'하는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가 소장품을 재연구하고 분류하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다고 강조하며, 부족한 부분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보완해 나갈 의지를 밝혔다. '한국근현대미술' 상설전은 완결된 서술이라기보다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채워나갈 한국 미술사의 거대한 '초고'에 가깝다. 앞으로 '작가의 방' 교체와 소장품 확충을 통해 이 초고가 어떻게 완성되어 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