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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멀티탭에 꽂았다간 '불덩이 된다'... 소방 실험 결과 '경악'

부산에서 어린 자매들이 잇따라 화재로 목숨을 잃은 비극적 사고가 멀티콘센트(멀티탭) 등 전기적 요인으로 추정되면서, 소방당국이 멀티탭 사용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부산소방재난본부는 10일 연제구 훈련탑 앞에서 멀티콘센트 발화 위험 요인에 대한 화재실험을 실시했다. 실험에서는 10A(암페어) 용량의 2구형 일반 멀티탭에 출력 15A의 에어컨과 10A의 온풍기를 연결해 가동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가동 시작 후 콘센트가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고, 불과 6분 30초 만에 멀티탭 배선 온도는 103도까지 상승했다. 7분 25초가 지나자 전선 부근에서 스파크가 발생하며 온도는 130도까지 치솟았다. 실제 가정환경을 재현하기 위해 멀티탭 위에 놓아둔 커튼 천 조각에 불씨가 옮겨붙자 순식간에 불길이 번졌으며, 소방이 불을 끄는 동안에도 스파크가 수차례 튀어 올랐다.

 

이번 실험은 지난달 24일과 지난 4일 부산에서 발생한 두 건의 아파트 화재로 어린 자매들이 숨진 사고를 계기로 진행됐다. 두 사고 모두 멀티탭에서 비롯된 전기적 요인이 화재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험의 주요 목적은 '정격전류' 미만 콘센트의 화재 위험성을 알리는 것이었다. 정격전류란 전자기기가 정상 상태에서 지속해서 흘릴 수 있는 최대 전류를 의미하며, 전자기기의 정격전류가 콘센트보다 크면 이를 감당하지 못해 화재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

 


최근 5년(2020~2024)간 부산지역에서는 에어컨으로 인한 화재가 142건 발생해 5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했다. 같은 기간 에어컨 실외기 화재는 89건(사망 3명, 부상 2명), 콘센트 화재는 203건(부상 7명)이 발생했다.

 

반면, 고용량 멀티탭과 벽면 콘센트는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높았다. 소방의 사전실험에서 정격전류가 큰 고용량 멀티탭(16A)은 7분이 지났을 때도 배선 온도가 46도로 비교적 낮게 유지됐다. 또한 정격전류 16A의 벽면 콘센트에 최대 25A 전류를 흐르게 했을 때도 12분 후 온도는 42도에 그쳤다. 이는 전선 굵기의 차이 때문으로, 일반 멀티탭의 저용량과 고용량 전선은 각각 1㎜와 1.5㎜인 반면, 벽면 콘센트는 4㎜로 더욱 안정적이다.

 

특히 전자기기는 최초 가동 시 정격전력보다 큰 전력이 순간적으로 사용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정격전력 15A의 에어컨은 가동 직후 18A까지 전력이 상승할 수 있다. 또한 멀티탭의 정격전력은 콘센트 개수에 따라 나뉘어, 10A의 2구형 멀티탭은 1구당 5A 전력이 적절하다. 따라서 이러한 멀티탭에 10A 온풍기 하나만 연결해 사용하더라도, 전체 정격전력을 초과하지 않더라도 1구당 전력을 넘어서 위험할 수 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정동우 화재조사계장은 "배선 꼬임이나 먼지 등의 이유로 정격전류콘센트라도 화재가 발생할 수 있으니 콘센트는 2년 주기로 교체하고 전력 여유율은 60% 정도로 두고 사용하길 권장한다"며 "에어컨 같은 전류가 큰 전자기기는 가급적 벽면콘센트를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