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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애들 싸움'이 아니다…스토킹, 딥페이크로 진화한 10대 범죄

 요즘 10대들의 범죄가 심상치 않다. 과거처럼 치고받고 싸우는 모습은 줄어드는 대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교묘하게 상대를 괴롭히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주먹이 오가던 자리를 이제는 '손가락'과 '언어'가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경찰청이 발표한 통계는 이러한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약 10년간, 전통적인 학교 폭력으로 여겨지던 신체·물리적 폭력 사건은 1586건에서 1284건으로 19% 감소했다. 아이들이 예전만큼 주먹을 휘두르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 빈자리는 훨씬 더 무서운 것들로 채워졌다. 같은 기간, 모욕이나 명예훼손 같은 '정서적 폭력'은 65건에서 348건으로 무려 435%나 폭증했다. SNS나 메신저를 통해 한 사람을 공개적으로 저격하고, 언어적 폭력을 가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진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한 디지털 성범죄다. 친구의 얼굴을 음란물에 합성해 유포하는 끔찍한 범죄가 192건에서 709건으로 269%나 늘었다. 청소년들의 손에 쥐어진 스마트폰과 SNS가 새로운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경찰의 분석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 밖에도 스토킹, 정신질환 관련 범죄, 아동 납치·유인 등 과거에는 청소년 범죄와 거리가 멀어 보였던 유형들도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경찰도 칼을 빼 들었다. 서울경찰청은 9월 1일부터 두 달간 '학교별 맞춤형 범죄예방 시스템'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기존의 획일적인 예방 교육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시스템은 서울 시내 1373개 모든 학교의 범죄 통계와 학생 설문조사를 분석해, 각 학교에 가장 시급한 예방 분야를 정하고 전문가와 함께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156명의 학교전담경찰관(SPO)이 투입되어 약 78만 명의 학생들을 만난다. 특히 급증하는 스토킹 범죄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청소년은 SPO가 직접 면담하며 집중 관리한다. 경찰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6개월과 1년 단위로 각 학교의 재범률과 학생 만족도를 평가해 시스템의 효과를 꾸준히 점검하겠다는 계획이다.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는 "기존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했다"며 "학교별 특성에 맞는 예방 활동으로 학생들이 진짜 체감할 수 있는 안전망을 만들겠다"고 밝혔다.